사전연명의료의향서 321만명 돌파… 왜 지금 ‘연명의료 거부’가 급증할까?

연명의료 거부에 대한 관심이 요즘 들어 부쩍 높아진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무려 32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많은 분이 신청했을까 궁금해지기 마련이죠. 과거에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꺼리던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품위 있는 마무리를 준비하는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하 이미지는 AI로 생성되었습니다)

연명의료 거부가 급증한 진짜 이유

연명의료란 무엇인가

연명의료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임종 단계의 환자에게 시행하는 생명 유지 치료를 뜻합니다. 병을 고치기 위한 치료라기보다는, 사망 시점을 뒤로 늦추는 목적의 의료 행위에 가깝습니다.

법적으로 규정된 연명의료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그리고 말기 항암치료가 여기에 해당하죠. 문제는 이런 치료들이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한 채 생명만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을 보내는 사례도 흔합니다. 환자는 육체적인 고통 속에 갇히고, 가족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됩니다. 결국 연명의료는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우리에게 던진 새로운 숙제인 셈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 정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몸이 건강할 때 미리 나중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문서로 남겨두는 제도입니다. 2018년 2월, 이른바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 2018년 등록자: 8만 명
  • 2021년 등록자: 115만 명
  • 2023년 등록자: 214만 명
  • 2024년 말 기준: 320만 명 돌파

2년 사이 100만 명 증가한 배경

고령화와 임종 의료 현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수명이 늘어난 만큼 암이나 만성질환,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급격히 많아졌죠. 과거에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의료 기술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기는 쉬워졌지만, 그만큼 원치 않는 연명의료 상황에 놓일 확률도 높아졌습니다. 주변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채 의식 없이 누워 있는 가족을 지켜본 경험이 쌓이면서, 많은 사람이 나의 마지막은 저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가족 부담에 대한 인식 변화

연명의료는 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좁은 병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간병하는 보호자, 매달 수백만 원씩 청구되는 병원비, 그리고 간병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일상까지 이 모든 짐은 남겨진 가족의 몫이 됩니다.

의향서를 작성하는 분 중 상당수가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꼽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도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96.2%나 되었습니다.

성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들이 꼽는 좋은 죽음의 핵심 요소는 신체적 통증이 없는 상태로 떠나는 것(97.0%),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96.2%),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는 것(95.3%) 순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제는 무조건 오래 버티는 것보다, 고통 없이 품위 있게 떠나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임종을 지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병 휴직이나 돌봄 스트레스로 가정이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기에, 연명의료 거부는 나를 위한 선택이자 가족을 위한 마지막 배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연명의료 중단 구조와 현실

2024년 말 기준으로 실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분은 약 47만 명에 달합니다. 결정 방식은 가족들의 진술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약 15만 명), 임종 직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약 15만 명), 미리 작성해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른 경우(약 5.5만 명)로 나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의향서 등록자는 320만 명이나 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비율은 아직 그에 못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가족 간의 의견 차이나 의료진의 소극적인 태도,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실제 적용이 원활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과도기 단계에 있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법적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환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남겼다면 가족의 반대보다 환자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또한, 연명의료를 거부한다고 해서 모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조절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호스피스와 완화의료가 더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시설은 지역별 편차가 크고 병상이 부족합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과 함께 환자가 평온하게 머물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