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의 진짜 원인, 서학개미가 아니라 ‘국내 상장 해외 ETF’
최근 환율이 요동치면서 서학개미들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구만이 문제일까요?실제 데이터를 뜯어보면 우리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편하게 사고팔았던 국내 상장 해외 ETF가 달러 유출의 핵심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은 이 흥미롭고도 뼈아픈 금융 시장의 이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달러 유출의 진짜 방향
보통 달러가 나간다고 하면 미국 주식을 직접 사는 서학개미를 먼저 떠올리지만, 2025년 들어 새로운 흐름이 포착되었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기타금융기관을 통한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4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타금융기관의 정체는 바로 국내 해외 ETF 운용사들입니다.
우리가 국내 계좌로 나스닥100이나 S&P500 ETF를 살 때, 우리 눈에는 원화 거래처럼 보이지만 운용사는 그만큼의 실제 주식을 사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입니다. 결국 국내 상장 ETF가 달러를 밖으로 실어 나르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몸집 불어난 ETF가 결정적
정부는 그동안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개인 투자자의 직접 투자나 수출 기업의 달러 보유 등을 지적해 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개인들의 해외 직구도 늘었고, 국민연금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속도와 규모입니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해외 ETF의 순자산 규모는 어느덧 1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간접 투자 시장이 너무 커지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달러 수요가 외환시장의 수급 균형을 흔들 정도로 강력해진 상황입니다.
왜 유독 국내 상장 해외 ETF가 문제가 될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계좌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되고, 환전 번거로움도 없으니 이보다 좋은 상품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외환시장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입니다.
- 운용사의 기계적인 매수: ETF에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운용사는 즉각적으로 달러를 매수해야 합니다.
- 구조적 수요 증가: 국내 증시 안에서 해외 테마 ETF 열풍이 불수록 달러 수요는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결국 개인이 수익을 내기 위해 선택한 편리한 투자 도구가, 아이러니하게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우리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이나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정부의 딜레마와 투자 환경의 현실
정부의 입장도 난처합니다. 연금계좌나 ISA를 통해 해외 ETF 투자를 장려하며 세제 혜택을 줬더니, 오히려 그 혜택이 달러 유출을 가속화해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이런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 한 단기적인 처방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투자자가 되기 위한 대응 전략
이제는 단순히 수익률 차트만 보고 투자할 때가 아닙니다. 내가 투자하는 방식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해야 자산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 시장 흐름 읽기: 외환 수급의 변화가 국내 금리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 환율 리스크 고려: 원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환헤지형(H) 상품과 환노출형 상품 중 무엇이 유리할지 구조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 정책 변화 주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이나 규제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