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와 SSD, 데이터 삭제 방법 및 파기, 디가우징 이란? 포렌식 검사 복구 방지하는 확실한 파기 방법

컴퓨터를 새로 바꾸거나 중고로 처분할 때, 안에 들어있던 내 정보들이 잘 지워졌는지 찜찜했던 적 있으시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리거나 포맷 버튼 한 번 누른다고 해서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중에 흔히 퍼져 있는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이나 전문적인 포렌식 수사를 거치면 생각보다 쉽게 예전 기록들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장 방식이 다르면 삭제 방법도 달라야 합니다

하드디스크(HDD)는 자기 물질을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아주 강력한 자기장을 쏘는 디가우징 장비를 사용하면, 내부의 자화 정보가 순식간에 뒤섞이면서 데이터는 물론이고 기기를 구동하는 구조 정보까지 모두 파괴됩니다. 복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런 확실함 덕분에 국가 기관이나 기업에서도 보안 표준 파기 방법으로 디가우징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SSD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SSD는 자기장이 아닌 전하를 이용해 반도체 칩에 정보를 저장합니다. 자석을 갖다 댄다고 해서 전기가 저장된 상태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SSD에 디가우징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최신 보안 가이드라인에서도 SSD 파기 시 디가우징은 권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HDD 디가우징, 왜 포렌식으로도 못 살릴까?

일반적인 포맷은 책의 내용은 그대로 둔 채 목차 페이지만 찢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어 보이지만, 전문가가 도구를 쓰면 내용을 다시 읽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디가우징은 책 자체를 거대한 용광로에 녹여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드디스크 내부에 남아 있는 미세한 자기 신호 자체를 지워버리기 때문에, 헤드가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 길(트랙)조차 사라집니다. 아무리 뛰어난 포렌식 장비를 가져와도 읽어낼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원리입니다. 대량의 하드디스크를 단 몇 초 만에 처리할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서도 압도적입니다.

디가우징은 전용 산업·보안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인이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 크기: 소형 복사기~냉장고 수준

  • 무게: 수십~수백 kg

  • 가격: 수백만 원 ~ 수천만 원대

  • 전원: 고전력 전원(산업용 전기) 요구

3. SSD를 확실하게 파기하는 현실적인 방법

SSD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여러 번 덮어쓰는 방식도 SSD의 수명 관리 기술(웨어레벨링) 때문에 구석구석 숨어 있는 데이터까지 다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 암호 기반 삭제 (Crypto Erase): SSD가 처음부터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저장하고 있다면, 이 암호를 푸는 열쇠(암호키)만 삭제하는 방식입니다. 열쇠가 없으면 데이터는 순식간에 쓸모없는 쓰레기 값이 되며, 속도도 빠르고 기기를 재사용할 수 있습니다.
  • 물리적 파쇄: 가장 확실하고 마음 편한 방법입니다. 산업용 파쇄기를 이용해 메모리 칩을 아주 작은 단위로 잘게 부숴버리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조각난 칩에서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데이터 보안,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단순히 초기화만 하고 기기를 내보내는 것은 데이터 유출의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기업의 금융 정보나 고객 데이터가 유출될 경우 돌아오는 타격은 상상 이상입니다.

HDD를 폐기한다면: 디가우징 후 물리적 파쇄까지 병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SSD를 폐기한다면: 전용 삭제 툴로 암호키를 날리거나, 물리적으로 완전히 부수는 방법을 선택하세요.

정리하자면, HDD는 디가우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SSD는 전기적 특성 때문에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소중한 정보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내 저장장치에 맞는 올바른 파기 방법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