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상도례 폐지, 부모·자식 가족 간 재산범죄 더는 처벌 못 피합니다
가족끼리 돈을 빌려주고 못 받거나, 부모님 재산을 자녀가 마음대로 처분했는데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친족상도례라는 제도 때문이었는데요.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 범죄를 눈감아주던 시대가 저물고, 피해자가 원한다면 당당히 법의 심판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친족상도례 폐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친족상도례는 무엇이었나
친족상도례는 1953년 형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도입된 제도입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같이 사는 친척들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 횡령 같은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주겠다는 취지였죠. 가족끼리의 일에 국가가 형벌을 들고 끼어들지 않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데도 법이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기를 당해 고소를 해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재판조차 열 수 없었으니, 피해자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갇혀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했던 셈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의 배경
결국 헌법재판소가 이 구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헌재는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해자가 재판에서 목소리를 내고 법적 판단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본 것입니다. 가족 간의 범죄라고 해서 피해 회복과 처벌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처벌 면제에서 선택권 보장으로의 전환
전면 처벌이 아니라 친고죄 전환
이번 개정의 핵심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모든 가족 범죄를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친고죄로의 전환입니다. 이제는 친척 관계여도 재산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만 수사와 기소가 가능해집니다.
고소가 없다면 예전처럼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기조는 유지하되, 처벌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주도권을 피해자에게 넘겨준 것입니다.
국회 통과와 정부 입장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법무부 역시 가족 간의 자율적인 해결을 존중하면서도, 피해자가 원할 때는 언제든 국가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소급 적용과 고소 기간,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 과거 사건도 해당된다
- 가장 중요한 실무적 변화 중 하나는 소급 적용입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2024년 6월 27일부터 법 개정 전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도 이번 변화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포기했던 사건도 다시 한번 법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 6개월 고소 특례의 의미
-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6개월 고소 특례 기간입니다. 법 시행일부터 딱 6개월 동안 과거 사건에 대해 고소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고소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그동안 가족에게 피해를 입고 속앓이만 하셨던 분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실에서 달라질 점과 한계
이번 변화로 고령 부모님의 재산을 착취하거나, 가족 명의 계좌를 몰래 쓰는 행위, 반복적인 횡령 등에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노인 경제적 학대 신고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형사적 대응 수단이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현실적인 고민은 여전히 남습니다. 가족을 고소한다는 것 자체가 관계의 파탄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집안일이 낱낱이 공개되는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법은 길을 열어주었을 뿐, 그 길을 갈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은 피해자의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