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정말 암 위험,연관성 높일까? - 국내 연구 발표와 전문가들의 견해

코로나 백신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 연구 발표, 믿어야 할까요? 연구의 한계, 검진 편향 문제, 전문가들의 반론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과관계와 연관성을 구분하여 객관적인 정보로 설명합니다. 

국내 연구 발표 내용과 그 파장

2025년 10월, 국내 의료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특정 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주장은 보도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우려를 안겼습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약 840만 명을 추적했습니다. 백신 접종을 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1년 후 암 누적 발생률을 비교한 것이죠.

그 결과, 갑상선암,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6가지 암종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 증가가 관찰되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유방암 위험은 최소 약 20% 증가, 전립선암 위험은 최대 약 68% 증가했다는 수치도 제시되었습니다.

백신 종류별 분석에서도 차이가 있었으며, 서로 다른 백신을 맞은 '이종 접종군'에서 특정 암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언급도 포함되었습니다. 다만, 연구진 스스로는 논문 말미에 "결과가 인과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중한 경고를 덧붙였습니다.

이 발표 자체는 매우 파격적입니다. "백신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는 대중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충격의 크기만큼이나 신중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해당 연구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들

놀라운 결과와는 달리, 이 연구에는 과학적으로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결정적인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약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택 편향(Selection Bias) 문제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원래부터 다른 특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이 백신도 더 잘 맞고, 암 검진도 더 자주 받는 경향이 있다면 암 진단 빈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접종군은 암 병력을 제외했다고 하지만, 비접종군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검진 및 의료 이용 편향(Detection / Surveillance Bias)

백신을 맞으러 병원에 더 자주 방문하거나, 접종 후 건강검진을 더 받는 경우가 많아졌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 암 발생률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암을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낸 결과일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미 보도에서도 "검진이 재개된 시점에 진단이 급증했다"는 해석이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너무 짧은 추적 기간

암은 돌연변이 축적과 세포 증식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보통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합니다. 겨우 1년 정도의 관찰만으로 백신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특히 연구가 "접종 후 1개월 내부터 암 발생률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암 발생의 생물학적 상식과도 크게 충돌하는 주장입니다.

교란 요인의 미조정

암 발생에는 흡연, 음주, 비만, 가족력, 환경 노출, 사회경제적 지위 등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핵심 교란 요인들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보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중 비교 및 우연성 문제

여러 암종을 동시에 분석하면 통계적으로 우연히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다중비교 문제). 적절한 통계적 보정 없이 특정 암종의 유의성을 강조하면 오류 가능성이 커집니다. 백신 종류별, 이종 접종군별로도 수많은 비교가 이루어져 우연한 통계적 패턴이 나왔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와 의료계의 반론

이 발표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의료계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신중한 해석을 당부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연구는 한계가 많으며,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접종 후 단 1개월 내에 암 발생률의 급격한 차이가 벌어진다는 결과는 암 발생 메커니즘에 맞지 않으며, 검진 빈도 차이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지적했습니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역시 통계 설정상의 미흡한 부분을 짚으며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존스홉킨스대 병리학 교수는 "암은 단기간에 생겨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진단 시점을 측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영국 암연구소 등 주요 기관들은 일관되게 "코로나 백신과 암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이처럼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단지 "가능성을 제시한 수준"으로 보며, 결과를 과장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시선으로 본 인과관계와 연관성의 차이

질병 역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연관성(association)'과 '인과관계(causation)'입니다. 두 개념은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 연관성은 "두 변수가 통계적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관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인과관계는 "하나의 변수가 다른 변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뜻입니다.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과관계를 주장하려면 시간적 선후 관계, 연구 결과의 일관성, 생물학적 메커니즘의 설명 가능성, 그리고 다른 교란 요인의 완벽한 배제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번 국내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암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주장하려면 백신 → 암 발생으로 이어지는 생물학적 기전이 규명되어야 하고, 여러 독립적인 연구들에서 일관된 결과가 나와야 하며, 교란 변수들이 충분히 통제되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과학적 요건들을 만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암처럼 잠복기가 길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질환에 대해 단기간의 데이터만으로 인과성을 결론 내리는 것은 과학적 근거로서 매우 취약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연구 방향은 무엇인가?

이 논란을 명확하게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보완 연구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 최소 수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를 추적하며 암 발생률을 비교해야 합니다.
  • 전향적 설계 연구: 미리 계획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가 역학적 신뢰도가 훨씬 높습니다.
  • 교란 변수 보정 강화: 흡연, 음주, 비만, 가족력, 환경 노출 등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들을 최대한 분석에 포함하여 보정해야 합니다.
  • 검진 및 의료 이용 통제: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의료 이용 빈도나 검진율의 차이를 분석에 반영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 생물학적 기전 탐색: 만약 백신이 암 위험을 높인다면, 그 매개 경로(예: 면역 반응 변화 → 세포 변형)와 분자 수준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다기관 및 국제 비교 연구: 여러 국가의 데이터를 모아 비교 분석하거나 메타분석을 수행하면 보다 일반화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완 연구들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코로나 백신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과학적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취해야 할 현명한 태도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자세는 충분히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킬 만한 가설을 제시했지만, 확정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많은 과학적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