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여성 대신 경력보유여성: 언어의 힘이 보여주는 사회인 변화,경단녀
국회에서 '경력단절여성'이 '경력보유여성'으로 바뀌는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단순한 용어 변경을 넘어, 이 변화가 여성의 자신감과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꾸고 실질적인 고용 지원 정책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봅니다. 언어의 힘이 만드는 인식 변화와 앞으로의 과제에 주목하세요.
변화하는 용어, 달라지는 시선
1. ‘경력단절여성’에서 ‘경력보유여성’으로
최근 뉴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 내용이었죠.
지금까지의 법에서는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멈췄거나, 아예 경제활동을 시작하지 못한 여성을 ‘경력단절’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여성들에게 일종의 낙인을 찍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경력단절을 예방하자는 기존 법의 취지는 유지하되, 정의 부분의 용어를 긍정적으로 수정하려는 시도입니다.
2. 법안 심사, 어디까지 왔을까?
이 개정안은 현재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의 최종 관문인 본회의를 통과해 법률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의안 정보 시스템을 보면, 아직 본회의 표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회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거쳐야 할 심사가 남아 있습니다. 일부 보도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고도 하지만, 소위원회를 넘어섰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합니다. 앞으로 최종 통과까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언어가 만드는 인식의 변화
1. ‘단절’이 주던 부정적인 이미지
단어 하나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단절’이라는 표현은 왠지 모르게 끊어짐, 소외, 부족함 같은 부정적인 느낌을 가져다주죠.
많은 여성이 "내 경력이 완전히 끊긴 사람처럼 느껴져요"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이 단어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마치 '되돌릴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었고요.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결국 개인의 자신감은 물론, 사회생활에 대한 태도, 심지어 기업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여성을 ‘returner’처럼 긍정적인 단어로 부르려는 움직임이 있답니다.
2. 용어 변경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단어만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용어를 바꾸고 나면, 법령을 해석하거나 정책 문서를 만들 때 이전 표현과의 연속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과거 통계 기준을 어떻게 새 용어에 맞춰 연결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남습니다.
개정 전 통계에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분류가 많다면, 개정 후 통계와 제대로 비교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한, '경제활동 경험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일정 기간 경력 중단을 전제로 할 것인지 등 정의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제도와 현실을 연결하는 힘
1. 경력 복귀 지원 정책, 현황은?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에는 혼인, 임신, 출산, 휴직 후 복귀에 대한 상담, 정보 제공, 경력 관리 지원 등 다양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는데, 올해 2025년에는 제4차 기본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계획에는 멘토링, 네트워크 구축, 생애주기별 교육 프로그램 등이 들어 있지만, 예산 집행이나 실질적인 면에서는 지역 간 격차나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2. 실제 사례와 앞으로의 방향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경력 복귀를 희망하는 여성을 위한 직무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일부 여성은 6개월 안에 취업에 성공했고, 또 다른 일부는 프리랜서로 창업하는 길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성공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방자치단체별 지원의 균형을 맞추는 것
- 기업에서 유연 근무제나 재입사 시스템을 잘 정비하는 것
- 경력 복귀자들의 심리 상담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
- 통계와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
언어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용어 하나를 바꾸는 일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경력보유여성'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끊김'이 아니라 여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을 인정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변화가 법이나 정책의 실질적인 실행 없이 그저 상징적인 구호로만 남는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단어가 바뀐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한 걸음이 분명 변화를 향한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