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많이 마시면 (과다 섭취) 고혈압에 걸릴까? 하루 물 섭취량과 협압 관계, 하루 물 8잔 넘으면 건강에 안좋다?
고혈압 환자에게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마치 정설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물이 대체 언제부터 부담이 되는지, 그리고 하루에 몇 리터나 마셔야 하는지 그 진실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물과 혈압의 상관관계
1) 탈수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의 양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혈액 내 나트륨과 각종 전해질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로 인해 혈관이 수축되고, 결과적으로 혈압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죠.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탈수 상태가 혈압 상승은 물론, 어지러움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탈수 상태인 고혈압 환자가 충분히 수분을 보충했더니 혈압 조절이 더 쉬워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져 자신도 모르게 탈수 상태에 빠지기 쉽습니다. 신장 기능이 약해진 경우라면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2) 과다 수분 섭취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그렇다면 물은 무조건 많이 마실수록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에 과도한 물을 마시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하면 몸이 붓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요.
특히 체내 혈액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고혈량증(hypervolemia) 상태가 되면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서 혈압이 불안정해집니다. 특히 심장이나 신장이 좋지 않은 분들은 이런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상 혈압이든 고혈압이든 상관없이 500mL의 물을 단시간에 마셨을 때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태가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습니다.
적절한 하루 물 섭취량과 개인차
1) 일반적인 권장량과 과학적 기준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하루에 약 1.5~2L, 즉 물 6~8잔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기준일 뿐, 개인의 기후, 활동량, 체중 등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여름철이나 운동량이 많은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수분이 필요합니다. 반면,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고 움직임이 적다면 그만큼 수분 섭취량을 줄여도 괜찮습니다.
특히 신장 질환이나 심부전 같은 질병이 있는 분들은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자신에게 맞는 적정량을 찾아야 합니다.
2) 질환이나 연령, 환경에 따른 조절 팁
- 신장/심장 질환이 있다면: 수분 배출 기능이 떨어져 있을 수 있으므로, 하루 섭취량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하고 나트륨 섭취도 함께 제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고령자라면: 목마름을 잘 느끼지 못해 수분 섭취량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물을 마시거나, 식사와 함께 물을 자주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더운 날씨나 운동 후에는: 일반 권장량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물만 마시기보다는 땀으로 배출된 전해질(나트륨, 칼륨) 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물을 적당히 마시는 것은 고혈압 예방과 관리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하루 8잔을 넘기면 무조건 혈압이 올라간다”는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입니다. 물은 마시는 양뿐 아니라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건강 상태인지에 따라 그 효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건강을 위해 이 3가지를 기억하세요.
- 자신의 체중, 활동량, 생활 환경(기후, 온도, 습도)에 맞는 수분 섭취 계획을 세우세요.
- 질환(특히 신장, 심장 질환)이나 나이, 몸 상태에 따라 물 섭취량을 조절하고,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 물만 믿지 말고, 염분 조절,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함께 유지하세요.
고혈압과 수분 섭취는 단순히 ‘많이 마실수록 좋은가, 적게 마실수록 좋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몸에 맞는 ‘적정 수분량’을 찾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